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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제니퍼소프트에 입사하려면 스펙 대신…

작성자 : career 2013-11-06 조회 : 3261






이원영 대표(왼쪽)가 제니퍼소프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지원한 사람과 회사 사옥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1명을 뽑는 제니퍼소프트 채용에 24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이 대표는 이번 채용에서 떨어진 이들에게도 일일이 개인적인 답장을 해주고 있다. 제니퍼소프트 제공

제니퍼소프트의 채용 실험

‘어떻게 살까’ 에세이로 서류전형
스펙 대신 사고력·열정 ‘내면’ 집중
이 대표 “언어·기술은 배우면 돼”
한국기업 채용방식에 화두 던져
불합격자 2400명에 편지보내 위로
“에세이 쓰며 삶 성찰” 답장받기도

단 한명의 직원을 뽑기 위해 사장이 지원자 2400여명의 지원서 3만6000여장(A4 용지 기준) 글을 읽는 곳. 서류 전형을 통과한 15명과 사장이 개별적으로 만나 2~3시간 동안 대화를 하는 곳. 그리고 채용에서 떨어진 나머지 2400여명의 지원자에게 일일이 답장을 써보내 주는 곳.

그곳은 제니퍼소프트다.

지난달 21일 생소한 채용 실험을 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제니퍼소프트를 찾았다. 이미 앤디(이원영 대표)는 제니퍼소프트 1층에 위치한 카페 밖 테라스에서 한 지원자를 만나고 있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속에서 앤디는 지원자와 마주앉아 편안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캐주얼 차림의 지원자 역시 조금 상기됐지만 굳은 자세는 아니었다. 아이린(김윤희 마케팅 담당 차장)은 앤디가 네번째 지원자를 만나고 있다고 귀띔해줬다.


국산 소프트웨어 벤처 회사인 제니퍼소프트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지 마요’ ‘서로에게 반말하지 마요’ ‘너무 일만 하지 마요’ 등 남다른 기업 문화로 유명세를 탔던 기업이다. 이곳은 사장과 직원이 소통을 위해 스스럼없이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런 기업 문화가 소개되자 제니퍼소프트엔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전자우편이 쇄도했고, 지난 8월 글로벌마케터 한 자리를 공개 채용한다고 하자 지원자가 2400여명 몰렸다. 아이린은 “마지막날 1500여명의 지원서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지원자는 16살부터 64살까지 연령도 다양했고 고졸부터 외국 대학까지 학력도 다양했다.


학력과 나이·전공 제한이 없지만, 지원 자체가 쉬운 건 아니었다. 제니퍼소프트는 서류 전형을 위해 에세이를 써서 내라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재능과 경험에 대한 비평과 발산’ 두가지 주제였다. 올 하반기 많은 기업이 신입공채를 진행했지만, 이런 질문을 던진 곳은 없다. 이날 앞서 2시간 넘게 지원자 인터뷰를 끝낸 앤디를 붙잡고 제니퍼소프트의 인사 실험에 대해 물었다.

“이런 분을 찾고 싶었다. 감수성을 가지고, 예술적인 감각도 있고, 명민한 의식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뚜렷이 보고, 선한 의지를 가지면서도, 내면적인 힘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었다.”

앤디의 대답을 듣자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이른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를 떠올렸다. 하지만 앤디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글로벌마케터라면 사람을, 문화를,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고, 모두 통섭해서 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네덜란드·스페인 등 이질적인 문화와도 만나야 한다. 신입사원을 모시는 게 아니라 실제 능력이 있는 사람 아니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언어는 배우면 되고, 기술은 익히면 되고, 경험은 쌓으면 된다.”

인사평가나 징계가 없고, 복지 수준이 훌륭하다고 해서 기업이 직원에게 ‘복지’를 마구 퍼주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서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 기준이 다를 뿐이다. 앤디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진보적인 방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채용 과정에서 진보든 보수든 모든 방향에서 열어놓고 사유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를 봤다. 아주 진보적인 메시지를 적고 있으나 책에서 보고 썼고, (제출한) ‘재능의 발산’ 글을 봐서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탈락시켰다. 그런 분이 아주 많았다.”

실제 실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뽑았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것을 막 써서 냈지만, 실제 그렇게 살고 있는지는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앤디는 2005년 허름한 사무실에서 출발해 8년 만에 매출액 140억원의 기업을 만든 이다.


그렇다고 2400여명 지원자의 글을 읽는다는 게 비효율적인 것은 아닐까? 앤디는 “이렇게 뽑는 방식이 낫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10명을 뽑든 100명을 뽑든 다음에도 학력 등 이른바 ‘스펙’이 아닌 글을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겠다고 했다.


“물론 좋은 대학 출신이 영민한 의식을 가질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선한 의지나 내면의 힘, 감수성은 또다른 요소다. 스펙을 안 본다는 것은 스펙만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습 능력도 좋고 무엇을 하든지 뚜벅뚜벅 실천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신나지 않겠나.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제니퍼소프트의 채용 실험이 의미 있는 건 이것이 선택된 한명만을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작게는 2400명과 함께했고, 크게는 한국의 다른 기업을 향해 던지고 싶은 화두를 던졌다. “떨어진 이들에게 이 경쟁은 아프다. 채용 과정이 지원한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서류 전형을 위한) 글을 쓰면서 많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까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옆에 앉아 있던 아이린은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이들 가운데 많은 이가 생각할 기회를 줘 고맙다는 전자우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제니퍼소프트는 1일 최종 합격자 1명을 선발했고, 떨어진 이들에게 지원서 글에 대한 답장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20대를 보면 (대기업 입사 지원을 위해) 자격증 따는 데 자신의 삶을 소비해버린다. 그런데 이 자격증이 기업에서 원하는 것이냐. 아닌 경우도 많다. 과스펙, 과자격증, 이것을 어떻게 해소하냐. 기업에서 사람을 선별할 때 조금 더 사람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조금 더 연구했으면 좋겠고, 젊은이들도 토익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외국과 관련 업무를 할 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사고력과 열정이다.”


파주/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2013.11.05





제니퍼소프트

2005년 설립된 국산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웹 시스템의 성능·트래픽·과부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솔루션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은행·대학·홈쇼핑사 등이 고객사이며 2012년 매출액 140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수는 총 26명(제니퍼 카페 직원 포함). 하루 7시간, 주 35시간 근무제. 사옥 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시간도 근무로 인정. 직원 자녀들과 놀아줄 미국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남다른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올해 채용 서류 전형으로 논술을 심사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A4 10장) ‘내 재능과 경험에 대한 비평과 발산’(A4 5장)이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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