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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거세지는 女風, 미래를 좌우한다'-취업도 승진도 차별…여성 도약 가로막는 '유리천장'

작성자 : career 2013-02-04 조회 : 2640



【서울=뉴시스】이득수 기자 = 미국의 경영학자 겸 정치철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는 탈 자본주의 사회이며 그것은 곧 지식사회”라고 규정하고 “지식경영자 지식근로자들이 지식사회의 주도적 사회집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사회는 개인의 전문지식과 능력, 성과가 생산수단이 되는 사회로 이동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남녀 학력을 불문하고 개인의 지식과 능력이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에도 지식과 능력 외엔 아무런 장벽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확인해 주듯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여성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지식경제사회에서는 경쟁 정복 파워를 속성으로 하는 남성 리더십보다는 부드러움과 조화, 희생, 공감, 배려를 갖춘 여성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대량생산과 냉전으로 대표되는 20세기 산업화시대에는 남성적 리더십이 요구됐으나 21세기는 여성적 리더십이 더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49.7%(2012년 말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의 20년 전 수준이다. 남녀 고용률 격차는 29%로 OECD 회원국 최대다. 남성 대비 여성임금 비율도 63.3%(OECD 평균 85%)에 불과하다.

정규직 비율이 47.3%로 고용의 질적인 측면도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대졸이상 여성 고학력자 취업률은 62.1%로 역시 OECD 평균 82.6%보다 크게 차이가 있다. 또 고학력 여성 취업자 가운데 약 5% 정도만 중간관리자급 이상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기업인 매켄지는 지난해 7월 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졸 여성 신입사원 비율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하지만 중간 및 고위급 관리자 비율은 꼴찌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유리천장’이 두텁기 때문이다. 유리천장은 여성과 소수계층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벽이라는 의미이다. 여성들은 기득권층이 쳐놓은 보이지 않는 천장을 찾아서 깨는 용기와 능력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유리천장은 경제 분야에 특히 많이 설치돼 있다. 기업 고위 경영진에 여성의 진입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매켄지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유렵 17%, 미국 15%, 중국 8%에 비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여성 CEO 비율도 유럽 10% 미국 14%에 비해 한국은 2%라는 초라한 수치이다.

한국은 겉으로만 남녀평등이고, 수치상으로만 우먼파워사회이지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남성중심주의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사회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유교적 남존여비 내지는 남성주도 사상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실상을 살펴보면 우선 여성 근로자들이 많은 금융계에서조차도 상층부로 갈수록 여성이 지나치게 푸대접 받고 있음이 드러난다. 지난 1월 중순 증권업계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20곳 전체의 임원 562명 가운데 여성은 단 9명에 불과했다. 회사당 평균 1.6% 수준인데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증권사가 70%나 된다. 은행의 경우는 그래도 훨씬 나은 편이다. 대형은행 5개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 7.3%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EU집행위가 현재 14% 수준인 회원국 기업들의 여성 이사 비율은 더 끌어올리기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EU집행위는 ‘여성 이사가 있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영업 이익이 56% 더 높게 나타났다’는 매켄지 보고서를 근거자료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공직 부문에서도 여성들의 고위층 진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형국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공무원의 숫자가 전체 공무원의 30%를 돌파했지만, 4급 이상 고위직에는 여성이 전체의 4%에 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성 비율이 높은 보건복지부를 살펴보자. 복지부는 정부부처 중에서 여성 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부처이며 여성 파워가 막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MB정부에서는 전재희 진수희 등 여성들이 장관을 연이어 맡아왔다.

복지부는 여성 공무원이 전체 3151명 중에서 1748명으로 비율은 55.5%다. 성비에서 이미 남성을 추월했다. 올 1월 말 현재 복지부의 5급 사무관 이상 전체 731명 가운데 여성은 258명으로 35.3%나 된다. 4급 이상도 전체 320명 가운데 102명으로 31.9%에 달한다. 보험 연금 질병 출산 보건 보육 등을 관리하는 복지라는 업무가 여성적 품성을 요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3급 이상 실·국장은 전체 71명 가운데 여성은 8명에 불과하다. 2011년의 3명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지만 아직 비율로는 11%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의 패션브랜드 MCM을 인수해 급성장시킨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CEO이다. 김 회장은 97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뽑혔고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아 활약한 바 있다.

김 회장은 2010년에 낸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에서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을 제약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묘사했다. 그는 “재벌가(대성그룹)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집안으로부터 탈출하면서 소위 퍼스트 클래스의 왕따가 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투명성과 효율을 강조해 업계의 왕따가 됐다”며 “권위주의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한국 시스템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란 김 회장의 사업경험에서 나온 것인데, 이를테면 대기업에 납품할 때, 인·허가를 받을 때면 돈 봉투가 오가고 호화 룸살롱에서 ‘해괴한’ 2차, 3차까지 가는 접대문화들을 가리킨다. 이런 관행들은 예나 지금이나 기업과 공직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암묵적으로 여성인력의 주요업무 진입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때 여성인재 10만 명을 양성하고 기업의 고위직 여성을 3배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을 확대하고 촉진하기 위해선 부패와 연관된 남성 중심 기업문화를 깨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주장이다.

선진사회복지연구원 이정숙 대표는 “복지가 발달한 노르웨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70%를 넘는다. 가정 안팎에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 내에서 남성들의 가사 업무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서유럽뿐 아니라 중국만 해도 남성들이 하루 평균 2~3시간 가사업무에 참여하는데 한국은 46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결정적 이유는 아이 양육과 교육 때문이다.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이나 기관이 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들은 자국의 위기 때 나타나 국가를 구해냈다”며 “여성의 감성적이고 치밀한 리더십, 통합과 융합의 능력, 뛰어난 국제감각이 발휘된 때문이며, 이 시대가 지금 이러한 여성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대 경제학과 박기환 교수는 여성의 경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여성에 대한 기업의 편견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여성 스스로도 확고한 직업관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그룹의 금융계열사 대표를 지내기도 한 박 교수는 “기업들이 여성을 고위 관리직에 기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남성처럼 계속 회사에 남는다는 보장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애써 키워놓았는데 육아와 교육 등 가정을 이유로 그만두면 회사는 큰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소득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직결돼 있다. 경제학자들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여성들이 가정에서 나와 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적정 규모의 생산가능 인구를 보유해야 하는데,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 여성인력은 즉시 동원이 가능한 경제활동인구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국가들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60%대, 4만 달러를 돌파한 나라는 70%대에 달한다.

leed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4호(2월5일~18일자 설합본)에 실린 것입니다.


뉴시스/201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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